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서울교통공사가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제목과 내용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한다.
서울교통공사 직원게시판에 올라온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서는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했다.
2001년 오이도역 지하철에서 일어난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건을 계기로 오랜 투쟁을 한 결과,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어 법 3조에는 ‘이동권’이 명시되었다. 오이도역 추락참사로부터 21년, 법에 ‘이동권’이 명시된지로부터 17년째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가장 기초적으로 누려야 할 이동할 권리조차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2022년 장애인의 현실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시작으로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는 것은 예산이 반영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오늘 17일을 기준으로, 69일째혜화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출근길 지하철탑시다’ 캠페인을 23차례 진행하였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외침을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로 언론 공작하였으며, 언론은 이를 받아서 보도하였다. 그 결과, 일부 시민들이 ‘장애인이 죄없는 시민 발목 잡는다’며 지하철에서 온갖 욕설을 퍼붓고, 전장연 홈페이지와 SNS는 혐오와 협박으로 넘쳐났다.
공공기관의 언론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속담까지 사용하며 전장연을 악의적으로분석했다. 또한 장애인언론 ‘비마이너’는 ‘당(전장연) 기관지’라며 언론으로서의 존재를 깎아 내리고 모욕하는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교통공사의 실점은 최소화하고, 전장연의 실점은 디테일하게 찾고, 법적 대응은 승리가 확실할 때 시행하고, 물밑홍보를 펼치되,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자’는 다섯가지 지침까지 마련하였다.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문건을 접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무관심과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 그리고 정부의 무책임에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욕의 무덤 속이 아니라’, ‘권리를 외치는 삶의 막다른 절벽’이 두렵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는 법에 명시된 법적 권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는 서울교통공사(교통사업자)가 이행해야 할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공사는 이제까지 이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수많은 역사에서 발생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책임이 없다며 장애인의 피를 지우는데 급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