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주소: (03086)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25, 유리빌딩 5층 511호 대표: 박경석 전화 (02) 747-0701 | E-mail: [email protected] | 홈페이지: http://www.arpjd.or.kr
담당 | 이정한 010-6398-1220 |
---|---|
배포일자 | 2024. 12. 18 |
제목 | 고용촉진 조례 개정으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명문화한 전북, ‘새 시대, 새 지평’을 열기엔 아직 부족하다 |
붙임 | 붙임1.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전문. |
붙임2. 전권협 요구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 표준안. |
지난달 20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임종명 의원이 대표 발의 한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로써 전북특별자치도(도지사 김관영)는 전국 최초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법적 근거 위에 세웠다. 이는 작은 시작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 중 인식제고(제8조)를 실현하기 위해, 2020년 서울시가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최중증장애인을 우선 고용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인식제고 (제8조)
15. 위원회는 당사국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협약의 내용과 목적에 대해 공론화하고 교육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16. 위원회는 당사국에게 인권의 담지자로서 장애인에 대한 긍적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인식 제고 캠페인을 벌일 것을 권장한다. 특히 위원회는 당사국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협약의 내용과 목적에 대해 공론화하고 교육시킬 것을 권고한다.
중증장애인의 진정한 자립생활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의 확대로만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는 모든 권리의 보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정부는 시혜적인 일자리와 적은 수급비로 중증장애인에게 삶의 연명시키는 데 그쳐 왔다. 이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2018년, 중증장애인들은 85일간 고용공단을 점거해 투쟁했다. 고용노동부의 동료지원 사업(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이 시행되는 등 노동권의 진전을 쟁취했다. 특히 2020년 서울시에서 시작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의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적합한 직무를 구성함으로써 중증장애인 노동권의 새 시대를 앞당겼다.
비장애 중심의 고용시장에서는 장애인의 노동이 부가적 노동 또는 시혜적 일자리 형태로만 제공되어 왔으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재화 생산이 아닌 권리 생산 노동’이라는 확고한 기치 아래 권익옹호·인식개선·문화예술의 3대 가치 생산 직무를 일자리의 중심에 놓았다. 비장애 중심의 효율과 경쟁만을 강요하던 고용시장을 넘어 장애인의 노동이 권리 그 자체임을 선언한 것이다. 첫 사업 시행 이후 만 5년째를 지나는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의 독단적이고 졸속한 사업 폐지에도 불구하고 8개 광역 및 4개 기초 단위의 사업 시행까지 확산되었으며 1,300명에 달하는 중증장애인이 해당 사업을 통해 권리 생산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5년 각 지역에서는 사업 확대가 예정되어 있고 22대 국회에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개념과 추진 계획 수립에 대한 도지사의 의무를 담은 「전북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가 지난달 20일 전북도의회를 통해 가결된 후 12월 6일부터 시행됐다. 해마다 사업이 확장되어 왔으나 참여하는 중증장애 노동자들은 해고와 사업 폐지의 불안 속에 떨어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북은 전국 최초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명문화한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제2조(정의) 4항: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이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라 한다)란 공공부문에서 지원하는 가치생산 일자리로 장애인에 대한 권리증진,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사회통합 기여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하여 이를 중증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인의 노동을 보조적 역할로만 한정해 왔던 경쟁·효율 중심의 고용 형태로부터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일자리로서, 기존의 비장애중심의 기준이 아닌 중증장애인의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맞춰진 직무를 구성하여 ‘노동할 권리’를 기반으로 구성된 일자리다. 하지만 여전히 권리의 유예는 계속되고 있다. 조례의 정의에서 ‘노동할 권리 보장을 위하여 노동 능력을 기준으로 하지 아니’한다는 핵심 문구가 삭제된 것은 큰 한계이자 반쪽짜리 정의에 불과하다. 우리는 묻는다. 노동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것이 아닌가? 왜 중증장애인의 노동만큼은 끝없이 수정과 삭제로 인해 유예될 수밖에 없는가?
더구나 전북 지역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은 여전히 열악한 조건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주 15시간 이상 근무와 4대 보험 및 근로지원인 이용을 보장하고 있는 반면, 전북은 사업 시행 3년 차를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주 14시간 근무 형태라는 비현실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근로지원인을 이용할 수 없고, 수행 기관은 실무 부담을 떠안고 있다. 또한 12개월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퇴직금조차 지급되지 않는다. ‘노동자’로서 향유해야 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전북은 의도적으로 중증장애인들을 ‘예외의 일자리’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